2008년 11월 3일 서울파이낸스 기사입니다.

금융IT 업계, 불황타개책 마련 ‘부심’

금융감독당국 대형 IT프로젝트 자제 요청에 일감 줄어
IFRS, AML 등 컴플라이언스, 보험 시장에 눈길 돌려
전산실 감원 등 구조조정 전망에 아웃소싱 시장 활성화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IT 업체들이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우선 당분간 발주가 힘들 것으로 보이는 차세대 프로젝트보다는 IFRS(국제회계기준), AML(자금세탁방지) 등의 컴플라이언스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권역별로는 이번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증권보다는 경기 후행 산업인 보험 시장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IT서비스 업계의 경우 금융권의 인건비 절감에 따라 아웃소싱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시장 축소로 인해 업체간 과열 경쟁이 벌어지는 등 곳곳에서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과열경쟁으로 저가 수주 늘어

금융감독당국은 이미 금융기관에 대규모 투자의 자제를 요청한 상태다. 이 중에는 한 프로젝트당 수백억원이 소요되는 IT시스템 구축도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당분간 차세대 시스템 구축이 힘들어질 전망이다.

 
연말이 다가옴에 따라 IT부서에 할당된 예산을 소진시키기 위해서라도 차세대 발주가 한창 이뤄질 시기지만, 뚜렷한 움직임이 눈에 띄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IFRS, AML과 같은 컴플라이언스 이슈 등은 일정 기한 내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 연기가 사실상 힘들다. IT업체들도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컴플라이언스 이슈에 목을 매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업체간 출혈경쟁이 심화되면서 저가 수주가 빈번해지고 있다는 것.

컨설팅업계 관계자는 “IFRS 시장에서 컨설팅 업체들이 제시하는 가격이 터무니없는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며 “이제는 프로젝트를 수주해도 남는 게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시장 형성 초기 한 시중은행의 IFRS 수주전이 6억~18억원까지 제안이 됐지만,
최근 생명보험사의 IFRS 수주전은 1억~6억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특히 중소형 컨설팅사들이 가격하락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저가 수주는 시스템의 부실화를 불러와 발주자와 수주자 모두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며
“향후 감독기관의 감사를 어떻게 통과할지가 의문시 된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보험이 나은 편

금융위기에 따른 권역별 희비도 엇갈린다. 은행의 경우 국민은행, 하나은행, 농협, 수협 등이 한창 차세대
구축을 진행 중이며, 예산도 확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큰 타격은 받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위기감이 팽배한 곳은 증권이다. 연초 2000선을 넘나들던 주가가 1000선 안팎으로 곤두박질치자,
증권사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자연히 차세대 발주는 거론조차 힘든 분위기가 조성됐다.
증권사 IT관계자는 “IT프로젝트가 사업 우선순위에서 점점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소 상황이 나은 곳은 보험이다. 장기간 보험금을 납부해야 하는 보험상품 특성상, 아직까지는 계약자들의
이탈이 두드러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산업은 전통적인 경기 후행 산업으로 평가받는다.
삼성생명이 대표적이다.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삼성생명은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여전히 추진 중이다.

■'부익부 빈익빈' 심화

IT서비스 업계의 눈길은 아웃소싱 시장으로 쏠려있다. 경제난 여파에 따라 국내 금융기관들이 전산실 직원을 줄이고 아웃소싱을 단행할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대형 IT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과거의 사례를 돌이켜볼 때, 경제위기에 금융권이 가장 먼저 단행한 것은
전산실의 아웃소싱이었다”며 “최근 300억원 규모의 외환은행 데이터센터 아웃소싱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형 금융기관의 프로젝트가 거의 나온 상황이기 때문에 IT업계가 크게 타격받을 여지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IT서비스 업계 관계자는 “일부 보험사를 제외하고는 지난 2003년 이후로 왠만한 대형 프로젝트는
모두 발주된 상태”라며 “더욱이 SI사업이 장기계약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까지는 실적이 크게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번 경제위기가 IT서비스 업체간 ‘부익부 빈익빈’을 더 심화시킬 것이란 지적도 만만치 않다.
중소형 IT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금융권 대형 프로젝트는 ‘빅3’가 거의 가져갔기 때문에 줄어든 시장으로
인한 타격은 고스란히 중소형사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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