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KICPA를 하거나 로스쿨에 가려했었는데 미국에 교환학생을 갔다가 AICPA와 CFA를 가지고 계신 현직 한인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분들에게 처음으로 AICPA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한국에 돌아와 고민끝에 시작하게 됐습니다. 

어린시절부터 해외에서 국제학교를 다니고 한국에서도 국제학부 입시를 준비했었기 때문에 영어가 걸림돌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회계는 학부에서 원가관리회계, 재무관리, 회계정보원리, 중급회계 등을 모두 영어로 수강했었기 때문에 익숙했습니다. 

오프라인 수업 6~7개월, 나머지 개인적인 시험공부 5~6개월

모든 과목은 일단 당연하게도 수업을 열심히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다른 분들은 수업 없는 쉬는날에도 스터디카페에 가서 공부하시던데, 그런분들이 가장 빠르게 붙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때 안한 공부를 종강하고 했습니다. 공부 총량은 정해져 있는 것 같고, 그것을 타이트하게 가져갈지, 저처럼 여유있게 갈지는 개인 선택의 영역같습니다.      

AUDIT (85):  오딧은 처음 혼자 공부를 시작할 때 가장 막막했던 과목입니다. 첫 일주일은 몇시간 동안 책만 펴두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방황했던 것 같습니다. 시험보기 3일 전쯤 되니, 그제서야 어떻게 공부했어야 할지 길이 보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초시를 74점 받고 떨어졌습니다. 초시는 3주 공부하고 봤고, 재시는 2주 공부해서 85점으로 합격했습니다. 제가 분석한 Fail 원인은 크게 3가지가 있는데 이 실패 원인을 분석한 것이 재시 합격에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1) 시뮬레이션 문제를 하나도 안풀고감 –> 서류를 읽어내는게 익숙하지 않아서 엄청 긴 exhibit 9개짜리 시뮬레이션 문제에서 머리가 하얘지면서 다 찍음

2) 책 3회독 밖에 못함 -> 종강 후 4개월만에 오딧 책을 폈더니 너무 새로워서 1회독하는데 10일 넘게 걸림. 이를 감안해서 수험기간을 넉넉하게 잡고 최소 4회독은 해야한다고 생각함

3) 2024 2분기 시험에 낯선 IT 문제가 너무 많았어서 멘붕 

처음부터 최소 5주의 공부기간이 적당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쿼터가 바뀌기 전에 시험을 보려고 무리하다가 떨어졌습니다. 3주는 책 내용을 충분히 소화하고 암기하기에도 짧은 시간이라 문제를 거의 못/안풀고 갔던 것이 패착이었습니다. 당연한 결과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냥 책에 있는 모든 잉크를 외우면 붙겠거니 하고 나이브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오딧 천재분들을 제외하곤 꼭 최소 5주의 공부시간은 확보하시길 바랍니다.

제 재시 공부의 8할은 시뮬레이션 문제 분석이었습니다. 2주동안 문제집 사이트에 있는 모든 시뮬레이션 문제를 풀었습니다. 단순히 문제를 푸는 것에 그치지 않고 exhibit으로 나와있는 서류나 도표, 그리고 cycle 영어 표현들을 모두 스크랩해서 모아두고 문제에서 묻지 않는 부분까지 분석하며 깊게 공부했습니다. Purchase order, Sales order, Receiving Report, Check 같은 것들이 실제로 어떤 format으로 생겼고, 어디에 이름을 적고, 사인을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제 서류들을 스크랩해서 분석하며 공부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말 강조하고 싶은 것은 오딧 시험을 보러갈 때, 라이트하게라도 페레공부를 하고 가시라는 것 입니다. 시뮬레이션에서 아예 분개를 시키기도하고 페레를 기억해내야만 풀 수 있는 문제들이 꽤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 재시 때 페레 공부도 같이 해갔습니다.  

FARE (90): 페레는 평소에 수업들으면서 틈틈이 저만의 노트를 정리해뒀었습니다. 저는 단권화 공부를 선호해서 Inter, Advance, 정부회계 등 과목 별로 노트 한권을 선정하고, 개념부터 심화내용, 이성용 선생님의 스터디 수업 내용 등을 모두 노트에 추가하는 식으로 단권화 노트를 완성했습니다. 그 이후로는 최대한 mcq, tbs 문제를 많이 풀었습니다. 시험 전날에는 단권화 노트를 읽어보며 개념을 확실히 다졌습니다. 참고로 페레는 BAR  Finance 쪽 공부와 병행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BAR (81) : BAR는 생각보다 어려운 과목이었습니다. 시험 제도가 바뀌고 거의 처음으로 시험을 쳤었기에 정보가 많이 없어서 얼마나 깊고 넓게 공부해야할지 막막했습니다. 공부해야하는 과목 수도 가장 많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뭐가 나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파생상품 헷지 같은 것들을 정말 어렵고 깊게 공부했던 기억이 납니다. 근데 생각보다 M&A와 Finance 쪽은 라이트하게 나오고, TAR과 경영학 상식같은 것들이 많이 나온다고 느꼈습니다. TAR은 학원 수업으로 거의 커버가 되는 것 같고, 경영학 상식 문제들은 도표와 문제의 로직을 잘 읽어내거나, 숫자들의 관계를 빠르게 파악하는 능력이 있으면 수월할 것 같습니다.  

REG (84): 초시 때 마지막으로 봤던 과목이기에 해이하게 공부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은 안만용 선생님의 Tax 책에는 정말 모든 것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처음 tax수업을 들었을 때는 이게 뭐야…싶었는데 시험을 준비하며 보니 정말 그냥 tax 백과사전이었습니다. 책에 있는 시뮬 문제만 다 풀 줄 알아도 무난히 합격하는 것 같습니다. 단, 매년 세법이 약간씩 변하기 때문에 IRS 사이트에서 더블체크하는 것이 마음의 안정에 도움이 됩니다.  

 

저는 시험장에서의 예민함의 정도가 굉장히 낮은편입니다. 다들 계산기나 앞사람, 옆사람 소리, 자리 선정 등등에 굉장히 신경을 쓰는 것 같은데 그냥 마음을 비우고 그러거나 말거나.. 라는 마인드를 장착하고 가시면 별로 신경 안쓰입니다. 그냥 세상에 모니터와 나만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별로 신경 안쓰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회계법인, 외국계 금융권, 해외취업 생각 중입니다. 

솔직히 이 시험을 조금 만만하게 보고 자만한 부분이 없잖아 있습니다. 그런데 공부를 하면서, 그리고 시험 결과를 보면서 생각보다 만만하게 볼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하시는 분들도 자만하는 순간 삐끗할 수 있다는걸 꼭 염두에 두시고 타이트하게 공부하셔서 저처럼 재시는 안보고 합격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