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IS, 한국회계학원 ▒▒

2008년 8월 21일자 디지털데일리 기사입니다.

[취재수첩] 회계법인이 못마땅한 금융권

가히 '회계법인의 전성시대'라 부를만 하다. IT시장이 침체된 때문인지 대형 회계법인들의 활발한 행보가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올해 본격화되고 있는 IFRS(국제회계기준), AML(자금세탁방지)시스템 구축과 같은 금융권 컴플라이언스
특수를 누리고 있는 대형 회계법인들은 표정관리하기에 바쁘다.

연결재무회계와 같이 회계지식이 반드시 필요한 IFRS는 물론이고 자금세탁방지와 같은 컴플라이언스
이슈에 대해 회계법인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외국 사례에 대한 분석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외국계 회계법인에선
"사람이 없어 프로젝트를 못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저가경쟁에 지칠대로 지쳐있는 IT서비스 업체들은 "돈 버는 곳은 회계법인이 유일할 것"이라고 고개를 돌린다. 여기에 최근 회계법인들이 IT영역까지 영역을 확장하려 하자 심기는 더욱 불편해 졌다.

문제는 정작 컴플라이언스 IT프로젝트를 발주하는 금융권에서도 회계법인을 바라보는 속내는 썩 좋지
않아 보인다는 데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 금융권 입장에서 IFRS나 AML은 계륵과 같은 존재다.

국제 기준과 요건에 맞추기 위해하는 IT프로젝트일 뿐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비즈니스 창출을 위한 IT'
와는 전혀 동떨어진 주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각 금융사마다 다르지만 컴플라이언스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많게는 300억∼400억 정도의
IT예산을 소요해 다른 IT프로젝트는 후순위로 밀려나가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인데 '회계법인들이 금융 담당자들의 머리 위에서 놀려고 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회계법인들의 자세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 은행권 IT담당자는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는 없이 이론적인 부분으로 윽박지르는 수준"이라며
불쾌해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동안 국내 IT프로젝트는 성공이나 실패냐를 두고 설왕설래가 많이 오고 갔지만
그 누구도 컨설팅에 대한 책임 여부는 따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금융권을 중심으로 컨설팅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이는
회계법인들이 프로젝트에 임하는 자세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또 다른 은행의 힌 관계자는 "컨설팅 실패에 대한 패널티는 도대체 누가 무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글로벌 회계법인의 경우 '글로벌 기준'이라는 말로 모든 것을 대신한다. 이는 무언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컴플라이언스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금융권은 상당히 민감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돈을 먹는 프로젝트로 인식되긴 하지만 그렇다고 안 할 수 도 없다.

대형 회계법인들이 금융권 IT담당자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야할 때가 온 것 같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서는 곤란하다.